리딩 펠타누님!
필립은 튀는 행동을 삼가고 뒤로 숨으려는 사람이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이 가만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시민으로서 살아가려는 인물인만큼 욕심도 많지 않은 편에 속합니다. 그저 남들 같이 원한다는 정도일까요. 탐나는 물건이 손에 들어오면 당연히 좋고 다른 사람에게 굳이 나눠주진 않습니다만, 누군가가 자신보다도 더 간절히 혹은 집착적으로 바란다면 주고 마는 편입니다. 자신이 욕심을 내서 가지고 있었을 때 생길 수 있는 후환이나 양심 등으로 고민을 하느니 줘버리고 걱정을 사지 않는 것이 낫다는 쪽인 것 같네요. 필립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선행을 베푼 것도 아니고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한 행동이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는 그래도 필립은 괜찮은 사람이지, 나쁜 사람은 아냐, 같은 이미지를 주게 되는 것 같아요. 필립은 자기자신을 비겁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누군가의 아래나 그림자 속에서 사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필립에게는 더 커다란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나 스스로 원하지 않기 때문에 원석 상태로 내버려 두는 것 같네요.
필립의 용기는 어쩌다 한 번 쯤은 남들보다 한 발자국 앞서는 정도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서 누군가가 앞장서고 그 뒤를 이어준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리더십이 있고 타인의 모범이 되려는 사람을 용기있다고 칭하지만, 그들을 지지해주는 지지세력이야 말로 그런 사람들의 진정한 힘입니다. 필립은 여기서 진정한 힘의 일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핀도르인 이유는 개척정신이나 모험적이고 도전적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갈등과 충돌 끝에 용기를 내서 답을 내리고 실천하는 부분에 있습니다. 해답이라고 할 수 없고 사실은 답을 내리는 과정에서 시간초과하는 바람에 얼결에 내버린 답지일 수도 있습니다. 답을 내지 않는 것이나 못 내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필립은 한 장의 종이라도 제출할 줄 아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의 옆에서 손을 조금 들어보는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치졸하다고 말하지만 실은 평균적인 양심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숨기려고 한다고 해서 비밀이 많은 타입은 아닙니다. 솔직한 편일 것 같아요. 없는 걸 꾸며서 거짓말을 즐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말재간이 좋은 편이라 단지, 필요에 따라 입발린 말을 한다는 정도일까요. 본인의 생각을 구태여 위장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하지 못하거나 회피할지언정 아닌 척 웃는 낯을 할 수 있는 인물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스파이는 할 수 없는 체질이겠네요. 대신에 과묵한 것처럼 숨죽일 수는 있어서 서류, 전산 작업이 손에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은 말을 잘하는 편이지만 먼저 나서서 떠벌리는 타입은 아닌 듯 해요. 침착해서라기보단 쓸데없는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조용히 있을 수 있으면 좋지, 라고 느끼는 모양입니다.
생각보다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일이 힘들고 지칠 수는 있겠으나 회복력이 좋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체질적으로 고난 속에서 감내하는 능력이 좋습니다. 위험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안전한 길을 골라 다녀서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어쩔 수 없이 굴복합니다. 순응하고 머리를 비우고 따르면 편하니 부당한 면이 어느 정도 있더라도 참는 편입니다. 상황을 봐서 그만둘 수는 있겠으나 그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네요. 기분에 따라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올 수 있는 타입은 아닙니다. 그런 종류의 용기를 가지진 않은 것 같아요.
자기자신에게 오는 불합리는 견딜 수 있는 건 자존감이 조금 낮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타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에는 민감한 까닭은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눈이 좋은 부분도 있고(자신 일에는 약간 둔한 감이 있는 쪽. 무던하다기보단 타인이 다치는 것에 공감을 더 해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도 모르게요.)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에 예민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라면 상대방이 더 화를 내거나 크게 일을 만들기 전에 손을 잘 비비고 말재간으로 화제를 돌리거나 시선을 분산시키고 기분을 나아지게 했겠지만, 융통성이 없어 그러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일이 커지면 괜히 자신에게도 피해가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체 분위기가 나빠지면 장기적으로도 도움될 것이 없습니다. 동시에 마치 자신이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참지 못하게 되는 것도 같아요. 공감능력과 감수성이 높은 편이라서 주변의 일에 생각보다는 많이 개입하는 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머리로는 그냥 지나쳐야지 하다가도 자신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으면 공감 수치가 올라가서 두고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판 모르는 남일수록 무시하고 지나가기 쉬워지지만 한 번이라도 인사를 하고 얼굴을 익힌 사람이라면 도저히 끝까지 무시할 수가 없는 듯 해요. 선하다는 반증이겠지요.
기회를 잘 타는 사람인데 악랄하게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자기보신을 하는 것이 최대고 남을 해치면서 얻는 부귀영화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찜찜해서 그런 재산은 받을 수 없다는 쪽일 것 같네요. 청렴결백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피로 쌓았다면 꿈자리도 사나울 것 같고, 부정으로 만든 것은 부정이 돌아오기에 꺼림칙하게 여기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필립은 누군가에게 나쁘게 굴면 그것이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타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착해지지 않을 거라면 못되지는 말자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세상을 좁게 산다고 생각하지만 필립은 자신의 생각보다 세상을 크게 봅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익히고 시류를 읽으며 어디에 어떻게 탑승할지를 무의식적으로 읽어내지요. 본인은 그냥 자신의 일에 충실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실은 신문을 읽는다거나 주변에 소문을 듣고 기억하는 행동으로 자기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합니다.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이없어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필립은 중립을 지향하지만 결국은 중립의 끝이 선하길 바라는 인물이기 때문에 완전한 중도는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을 할만한 담은 없을지라도 그걸 실천하는 사람 옆에서 같은 꿈을 꾸는 건 나쁘지 않지요.
+
조금 더 덧붙이면... 전체적으로 밝은 빛의 카드들이 많이 나와서 마음 속으로 바라는 것은 선한 세계지만, 그런 세계를 리드하고 만들어나갈 자신이 없어서 생각으로만 묻어두는 타입인 것 같았습니다. 조용하지만 가만히 있는 타입은 아닌 것 같고, 의외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을 캐치해서 중요한 순간에 한번씩 도움을 주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카드들의 분위기가 부드럽고 무난한 느낌들이 많았는데 그중에 가장 튀는 카드가 한 장이 있었어요. 용기를 상징하는 카드가 강렬하게 보여서 부정할 수 없는 그리핀도르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용맹한 카드가 눈에 띄게 나오는 것 같네요. 다른 쪽으로는 태양이나 불의 에너지가 있는데, 이쪽도 그리핀도르 쪽의 느낌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핀도르의 성향을 제대로 타고났는데 본인만 모르는 느낌이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카드들이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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